괴물의 위기

글: 박정원 편집장

 

 

이승현 작가의 개인전이 2011년 9월 인천아트플랫폼 전시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그동안 흰 벽에 마카와 장지에 먹 등을 재료로 상상력과 조형성을 직관적으로 다루어 왔던 작가의 능숙한 필력에 의존해서 수많은 변종이 출현했다. 이 변종의 무궁무진한 변이는 2009년 이서준 작가와의 공동 작업에서 폭발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자동 드롭 장치와 두루마리 종이 화면에 우연히 떨어진 물감의 형상들로 출발하여 이승현 작가는 전시기간 내내 실시간으로 변종 드로잉을 생산해내었고 동시에 이서준 작가는 그 괴물들의 감금장치들을 컴퓨터로 고안해냈다.

오늘날 변종은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개념의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세포들의 돌연변이는 가벼운 감기증세부터 사람의 체내에 목숨을 담보로 기생하는 암 덩어리까지 모두 변이된 바이러스의 유입과 세포의 변형으로 시작된다. 이 변종들은 끊임없이 증식한다. 이 생식체계는 작가의 머릿속에서 생산되는 미확인생물체들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드로잉으로 막힘없이 그려지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마치 숙주의 역할을 하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위험성과 생체적 특징이 검증되지 않은 채 증식되었던 미확인생물체들에게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꼈던 걸까? 이승현은 그동안 자유롭게 공간과 화면을 부유했던 변종들을 “반상(盤上)” 즉 ‘바둑판’에 배치함으로써 작품과 생물체에 흥미로운 기작을 도입시켰다. 생물체의 단순한 증식은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생물체와 맞붙었을 때는 경쟁이 되고 심지어 사투로 번진다. 이것은 어쩌면 인간부터 그 이하 생물의 생태 구조에서 당연하지만 잔인한 약육강식의 원리다. 바둑은 지적 능력이 승패와 직결되는 정적이고 교양있는 고전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그 이면에는 가로-세로 19줄 그리고 361개 교차점에서 흰 돌과 검은 돌이 사활을 다투는 문제로 뒤집힌다.

  이렇듯 바둑의 법칙을 변종생물체에 대입했을 때는 이렇게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상대의 행동반경을 막는 바둑의 지능적 수법은 괴물들의 몸싸움이 되고, 상대의 경계를 뚫지 못해 실점하는 바둑돌은 괴물의 살점이 뜯겨지고 마는 죽음으로 즉각 치환된다. 방안지에 펜으로 그린 <B-variation189>와 장지에 먹을 사용한 <B-variation270>등 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만든 바둑이란 지능적 구조를 대입한 결과는 처참하게 표현되고 만다. 실제 작가는 캔버스에 그리드를 그리거나 방안지를 사용해서 상대의 몸에 휩싸여 죽어버린 괴물들을 마치 온라인상의 비활성화 상태로 뿌옇게 표현한다.

 사실 이승현 작가가 만든 지금까지의 변종들은 결과적으로 구조와 조형미에 대한 상실과 파괴가 이루어졌다는 이유에서 변이와 변종이란 부정적인 단어로 표현되었다. 완벽한 패배 상태이자 더 이상 생물체가 아닌 사체가 되어버린 괴물들은 반상에서 제외시켜 놓았으며, 이들은 박제화 시킨 작품이 <B-shadow>이다. 한때 살아있었던 괴물들의 모습은 까만 그림자로 남아 마치 희생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진짜 괴물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것은 단 38개의 그리드에 더해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반전에 있다. 가짜 괴물을 보며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은 정작 진짜 괴물시대를 살며 드러나지 않았던 잠복된 불안이었다는 소름 돋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출전: 월간미술세계 8월호.

http://www.mise1984.com/magazine?article=290 

 

 

 

Crisis of Monsters

Author: Jeong-won Park

Ref.: Monthly Art World - August Issue

 

Seung-hyeon Lee’s solo exhibition was held for the first time in three years after his previous exhibition at the Incheon Art Platform in September 2011. Over many years, Lee who has always tirelessly and intuitively transferred his creativity and formative concepts into a white paper using black marker and ink, has produced many ‘mutants.’ This remarkable mutation actually started in 2009 when Seung-hyeon Lee worked with a fellow artist named Seo-jun Lee. During the 1-week period of their collaboration, using an ink-dropping device which creates random figures on a long roll of paper placed underneath the device, Seung-hyeon Lee created mutant drawings all throughout the exhibition period and at the same time, Seo-jun Lee transferred those monster-looking ink figures into a computer.

Mutants are associated with various concepts of fear and danger in today’s society.

Cellular mutations can cause simple cold symptoms but mutation of viruses might lead to life-threatening cancers. Mutants never stop proliferating. This is exactly what is happening when Seung-hyeon Lee draws, without hesitation, the unidentified creatures that are constantly generated in Lee’s mind.

Perhaps Lee who is essentially the host of these constantly-proliferating, unidentified creatures whose danger and characteristics haven’t been verified, felt a strong sense of responsibility towards the creatures preparing for this exhibition. Lee placing the creatures which he previously let them wonder freely in the space, on go-board’s grid pattern, the artist was able to show an interesting dynamic among the creatures. Creatures compete with other creatures that have share the same goals and this competition often becomes a life-and-death struggle. This is the law of the jungle. The strong survive by devouring the weak. The game ‘Go’ which might seem like a sophisticated and a very static game to layman, the black and white stones actually go through life-and-death battles on go-board’s matrix of 19x19 lines which gives 361 intersections.

As go players carefully place their stones to increase their own territory or decrease their opponent's, Lee places his creatures and forces them into a gruesome fight. As we can see in the works <B-variation189> and <B-variation270> each drawn on a white grid paper using a pen and black ink, respectively, the human-made game Go adds cruelty to the whole dynamic between the creatures. By using a grid paper, the artists makes deactivates those ‘monsters’ that were devoured by stronger monsters blurry in the background.

The variants or mutants Lee has so far created were given such negative name because they symbolized the loss and destruction of structure and formativeness. The monsters that are dead were taken out of the grid and the work <B-shadow> shows a collection of these monsters that are no longer alive. The dead monsters are now just black shadows. And, we sadly realize that the inexplicit fear we feel looking at the dead monsters is actually the deeply hidden anxiety we had living in a real, monstrous world of ours.

 

 

Lee, Seu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