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벽에서 꿈틀 거리는 선이 하나 튀어 나왔다. 균열, 구멍, 자국,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공간에서 갑작스레 생겨난 괴이한 선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승현의 작업은 이 꿈틀거리는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려나가도록 충동하는 선의 정체는 삶 속에 억압된 개인의 욕망으로부터 추적해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항해 한다. 그는 자신이 대면하는 또 다른 세계인 무의식으로부터 현실에서 볼 수 없었던 간극, 자아의 분열을 경험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내면적 흔적들에 대해 밖으로 선을 그음으로써 작가는 억압당한 욕망들을 표출하게 된다. 무의식의 심연으로부터 선 하나가 솟구쳐 나온다.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뚫고, 새하얀 벽 위로 욕망이 솟아난다. 이제 선은 어두컴컴하고 음습한 무의식의 공간으로부터 탈주하여 현실 세계에 생동하는 새로운 에너지로서 벽 위를 요동친다. 꿈틀거리는 선으로부터 발현된 욕망은 작가의 손을 빌려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확장된다.
작가의 드로잉을 살펴보면, 식물인지 동물인지 알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의 생명체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형상들은 어떠한 유기적 구조나 법칙에 상관없이 오로지 작가의 손이 가는 데로 우연적으로 이루어진다. 마치 미생물이 번식을 하듯 분열하고 증식하기를 반복한다. 자유 연상적인 드로잉은 작가의 욕망을 미지의 생명체로 계속하여 미끄러지게 하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욕망의 이동이 아니라 욕망이 지나간 자리에서 또 다시 꿈틀거리는 새로운 개체의 욕망이다. 각각의 자리에서 자라난 생명체들은 서로의 연관 관계 속에서 하나의 통합된 개체로 증식해나가며, 또한 별도의 개체로서 차별적으로 증식하고자 하는 자발적 에너지를 부분적으로 내포한다.
이번 갤러리 킹의 전시에서 작가는 벽에 직접 그려 나가야하는 시공간적인 제약을 해결하고자 별도의 종이 보드를 제작하여 드로잉 한 다음 이를 퍼즐 맞추듯 조립하여 전시장을 미지의 생명체로 뒤덮는다. 드로잉 보드는 어떤 방향에서 맞추어도 서로 이어질 수 있게 제작되었다. 이는 작가의 드로잉 방식과 마찬가지로 우연적 상황을 연출한다. 이러한 작업과 전시의 유기적인 구성은 억압이라는 기존의 상황을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욕망이 유희적으로 펼쳐지는 반전된 상황으로 맞이하게 한다.  ■심 소 미, 큐레이터

 

 

 

미술 속 영화 <괴물>-대운하에 관한 생각 _김홍기

 

Lee, Seu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