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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을 맞이하며 21.5x28cm 종이에 연필 2019

Greeting a presbyopia 21.5x28cm pencil on paper 2019

 

 

 

  우리는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고 느낄 수 있는 수많은 대상으로 둘러 싸여있다. 많은 감각을 통해 자극을 수용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상황과 대상에 대한 인식을 한다. 이는 빠른 시간 안에 일어난다. 그리고 연속적이다. 인식과 반응 그리고 재인식, 그 순환 고리는 생명이 다하는 한 끊임이 없을 것이다. 이 순환의 고리를 이루는 인식의 흐름에도 마디가 있지 않을까? 이 마디에도 아주 가는 간극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만약 그 간극의 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인식마저 의심 속에 불확실해지고 그에 따른 판단은 불안정해질 것이다. 그래서 그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신 줄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지... 하지만 그 틈을 벌려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인식과 재인식의 사이, 그 틈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이런 상상은 눈의 이상으로 더 많아진 것 같다. 시각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불편해졌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맞이하게 되는 현상이라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어쩌란 말인가? 안구에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누군가 통증의 신호를 주더니 하늘에 날아다니는 실을 누구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고 눈을 감으면 반짝 반짝 빛나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으로만 보이는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입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눈을 뜨면 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을 보라는 혜안의 가르침이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받아들이라 한다. 거부할 수 없고 다시 돌아가긴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다. 눈을 뜨고도 감고도 보고 느낄 수 있는 새로움이다. 이 새로움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익숙해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여행은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하다. 이 여행의 첫발을 내딛는 준비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선 받아들이며 새로이 인식하기 위한 눈을 닦으며 조율해 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로 화면조정을 해 보자.  _ 이승현

 

 

 

Lee, Seung-Hyun